휴일을 맞아 무얼 할까 하다 아이들과 오래간만에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어떤 영화를 볼까 했더니 아이들도 이 영화 제목을 대더라. 영화 잘 나왔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던 터라 내친김에 아이들과 조조 첫회로 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은성이는 극장을 거의 메운 관객중에서 가장 크게 웃으며 재미있게 봤고, 세인이도 막판에 좀 지루해하긴 했지만(솔직히 러닝타임이 좀 길고 늘어지긴 했다.) 꽤 재미있게 본 듯. 영화 때깔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다. 전작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납득이 안가는 연기를 보여줬던 류승룡도 이번엔 좋았고,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배우지만 이병헌의 연기는 이제 인정할만한 수준.(중간에 '달콤한 인생' 선우의 모습이 언뜻 보여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마치 노무현을 위한 진혼곡 같은 느낌. 당시의 국제정세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 막말로 체통을 지키지 못하는(또는 지키지 못한다고 비난받던), 그러나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는 군주. 특히 반대세력의 공세에 그럼 조강지처를 버리라는 말이냐며 격하게 반발하는 모습에선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장인의 좌익전력 공세를 정면돌파하던 노무현 후보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다만 허균과 광해군의 씁쓸한 최후를 담은 마지막 자막은 사족..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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