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아마도 1991년 석가탄신일 즈음에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던 영화 '꿈'. 그 이후로 2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때때로 생각나고 다시 보고싶은 영화였다. 그러나 DVD로 출시되지 않은 이 영화는, '보존'이라는 개념이 없던 지난 우리 영화들 대부분이 그렇듯 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오래전 비디오테이프(VHS)로 출시된 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

 

 

오랜 수소문 끝에, 어렵게 영화를 구해 볼 수 있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DVD로 변환하여 화질은 무척 아쉬웠지만, 처음 보던 그때의 그 감정은 그대로 살아났다. 요즘 영화들은 두시간 반이 훌쩍 넘어가는 영화들이 많지만, 한시간 반짜리 이 영화는 한장면 한장면이 아쉽게 지나간다. 주인공 조신이 번뇌에 찬 지난(至難)한 삶의 여정 끝에 다시 관세음보살 앞에 와 엎드렸다가 동이 터오면서 까까머리 중이 되어 깨어나는 장면에선,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참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내 생에 가장 소중한 영화 중 하나. 어느 하루 날잡고 아이들과 같이 봐야겠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은 묻어두고, 그냥 조용히..

 

 

세상일 즐거워 한가롭더니

고운얼굴 남몰래 늙어졌다네

 

서산에 해지기를 기다리느냐

인생이 꿈같음을 깨달았느냐

 

가을날 하룻밤 꿈하나로

너어찌 하늘에 이르리오

 

-「삼국유사」'조신의 꿈'에서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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