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처져있던 일요일 오후 다시 본 영화 성난 황소.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잡놈이지만 그래도 미워할수만은 없는 인물 제이크 라 모타, 그의 인생역정을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감정이 든다. 강하지만 약하고, 승승장구 하는 챔피언이지만 인생에 있어선 너무나 서툰 연민이 가는 인물.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으로 손꼽히는 장면. 그리고 현역 미들급 복서와 뚱뚱보 퇴물 재담꾼 역할을 완벽히 오가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 43년생인 그가 영화 찍을때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했을텐데 진짜 복서와 4라운드 게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끊임없이 먹어대고 줄담배 피워대는 뚱뚱한 퇴물 복서의 모습까지..

 

가장 짠했던 장면 중 하나. 곧 죽어도 다운은 당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에 끊임없이 얻어맞으면서도 상대를 도발한다.

경기 후 끝내 넌 나를 한 번도 쓰러뜨리지 못했다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눈물겹다.

 

챔피언에서 퇴물복서가 되어 재담꾼 노릇 하다 챔피언 벨트마저 팔아먹고 옥에 갇힌 신세. 스스로에 대한 분노.

 

 

영화 엔딩크레딧 올라가기 직전 나오는 문장.

 

24    유다인들은 소경이었던 사람을 다시 불러 놓고 "사실대로 말하시오. 우리가 알기로는 그 사람(Jesus)은 죄인이오" 하고 말하였다.
25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분이 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읍니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앞못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잘 보게 되었다는 것뿐입니다." - 요한복음 9장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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