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가르침 중 핵심인 산상수훈.
그 앞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공동번역, 마태복음 5장 3절)

하지만 누가복음에 나타난 병행구절은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공동번역, 누가복음 6장 20절 하반절)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누가복음의 구절이 원형原形에 더 가까울 것이라 생각된다.
로마 치하의 그리스도교 상황에서 정치적 핍박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정치성을 제거하고 영적인 차원으로
집중하기 위해 마태복음의 저런 표현('마음이'가 추가된)이 나왔으리.

알다시피 예수는 그저 산속에 틀어박힌 도인이 아니었다.
붓다와 마찬가지로 그는 민중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도를 깨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저 기계적인 균형감각을 갖춘 공평무사한 캐릭터가 아니고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편파적인 애정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죽음에까지 이르렀고.

얼마전 읽은 저 책에도 나타나있듯, 구약시대부터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의 권리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선지자들, 예언자들은 그 관심을 실행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교회는 그런 역할은 이미 개에게나 줘 버린지 오래.

지금 우리 시대에 예수가 온다면 번호표를 뽑아 줄서 기다리며 십일조를 하는 대형교회의 '믿음 좋은' 사람들보다는
생존 터전에서 밀려나고 다치고 죽음에까지 이르고 있는 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으실 것이다.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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