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이는 장난감이 많다. 물론 그건 내 기준으로(내가 자라며 가졌던 장난감에 비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은성이는 요 며칠 새로 나온 팽이가 갖고 싶어 앓고 있다. 어젯밤에도 자면서 밤새 팽이를 생각핬다고 한다. 그것때문에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다고 하더라.

그런 은성이의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소비하는 것은 정말 필요에 의해서인가 아님 그저 갖고 싶은 순수한 욕망의 소치인가. 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순간순간 눈이 가는 물건들(주로 소형 가전, 필기구 등)이 있다. 필요가 아니라 그저 소유욕으로.. 오늘도 중고 만년필(펠리칸 M150)에 눈이 가서 구매 직전까지 갔었다. 그런데 은성이에게 팽이 사는 것을 말리며 했던 말이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 "넌 이미 만년필(라미 사파리)이 있잖아. 게다가 손글씨 쓸 일이 많지도 않고.. 만년필을 하나 더 사는건 낭비야."
Posted by 안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