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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0.22 디스트릭트9

고전(古典)

영화이야기 2009. 10. 23. 17:56
디스트릭트9을 보고나서 생각난 옛 영화 두 편.
다시 한 번 찾아봤다.
역시 나온지 수십년이 지나도 고전은 훌륭하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그린 SF의 고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모습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죽음 장면 중 하나. 영웅본색에서 주윤발 형님이 수십발의 총알에 맞아 죽는 것보다
더 강렬한 여운을 준 장면이다.

"이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 묻혀 버리겠지. 마치 눈물이 빗속에 묻혀 버리듯이.."
- 안드로이드 로이의 대사 中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좀비물의 시초. 공포영화의 고전.
검은색 피가 붉은 피보다 더 공포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흑백영화.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흑인 주인공은 허무한 결말을 맞는다.
정치적 은유로 가득한 품격있는 공포영화.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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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9

영화이야기 2009. 10. 22. 08:43
* 영화를 보기 전이면 이 글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

그동안 SF영화에 나온 외계인의 모습은 ET류의 천진함, 에일리언 등의 괴물,
인디펜던스데이 등의 침입자 등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남아공에서 날아온 이 영화는 그간의 그 공식을 깨뜨린다.

외계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인도한다.
외계인의 자리에 유색인종, 이주노동자, 철거민, 성적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그 어느 대상을 대입하더라도 바로 우리의 현실로 드러난다.

더구나 남아공(이 배경의 의미심장함!!)의 흑인들이, 백인들에 의해 차별당하던 그들이
외계인(곧, 자신들보다 열등한 계급의 존재)들을 '프런prawn(새우, 영화속에선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지로 표현)'
이라 부르며 그리 배척하고 차별하는 모습은 우리 안의 추악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20세기동안 유리(流離)하던 유태인들이 팔레스틴을 점령하고 그 땅의 주인들을 배척하고 학살하는 모습이나
유색인종으로 차별받던 경험을 가진 우리가 우리 땅에 온 이주노동자들을 이용하면서 차별하는 모습은
인간 본성에 대한 슬픈 생각에 확신을 더해준다. 게다가 우린 도시화의 과정에서 수십년간
쫓겨나가고 있는 철거민들을 우리 안의 외계인으로 취급해오지 않았던가.

주인공 비커스가 아직 외계인화 되어가기 전 외계인들에게 '이주동의서'를 받아내는 모습은
철거용역이 세입자들을 대하는 모습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손을 댔으니 서명한거나 마찬가지야."
"놈들은 소유 개념이 없어. 그러니까 우리 땅이라고 얘기한 다음 여기에서 나가라고 하면 돼."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성서의 구절.
"너희는 너희에게 몸붙여 사는 사람을 구박하거나 학대하지 말아라. 너희도 에집트 땅에서 몸붙여 살지 않았느냐?"
(공동번역, 출애굽기 22장 20절)

* 아,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 자체로서도 매우 재미있다. 독특한 스타일은 매우 효과적이고
  영화 후반부의 액션(!?) 장면도 훌륭하다. 그리고 외계인이 된 주인공 비커스가 아내의 집 문 앞에 놓아둘
  작은 선물을 만드는 마지막 장면은 매우 애틋하다(쓰레기로 꽃을!!). 놓치면 아까울 영화.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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