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면(혹은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아무런 힘이 없을 것이고,
만약 존재하고 힘도 있다면 이런 악을 방치하는 그런 신은 분명 惡神일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가끔 그런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아는, 그리고 생각하는 신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요즘 WBC 경기로 들썩인다.
물론 나도 야구경기를 좋아한다. 거의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
(축구는 국가대표 게임도 안본지 몇 년 되었고)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참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인생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축구와 다르게
약팀이 강팀을 이길수도 있는 경기라는 것 또한 매력이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떠나 지금 우리 사회의 열기는
뒷맛이 별로 개운치 않다. 9시뉴스에서 20~30분씩 야구 얘기만 하는게
정상은 아닌 듯 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래도 전두환정권의 3S 정책처럼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우리가 WBC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혹 더 나아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그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월드컵 결승에 밥먹듯 올라가는 브라질 민중의 삶이, 아마존 원주민의 삶이
축구성적과 관계 없듯, 우리 야구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매번 이기더라도
그게 우리 민중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과거 맑스가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 했던 것 처럼, 지금은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하는건 아닌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대로,
천지는, 하느님은 불인하다.
무자비하고 냉혹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이다.
같은 내용이 성서에도 있다. 예수께서는
45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46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47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48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공동번역 마태 5장 中)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이처럼 불인하게, 모두에게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여기가 하느님나라가 될 수 있다.
어디가나 사사로움이 문제다..
# by | 2009/01/06 12:13 |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