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밥 먹기전 자투리 시간에 셔틀런 시작한지 보름쯤 되어간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들만큼 빠르게, 오래 하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꽤 운동이 된다. 따로 스쿼트나 다른 하체운동을 하지 않아도 허벅지랑 종아리가 뿌듯하다.ㅎ
조금 남다른 직업(그 이름도 살벌한 '들깨파' 중간보스)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전형적인 40대 중년 가장인 인구. 유학보낸 아들녀석에겐 돈이 한없이 들어가고 머리가 커버린 딸은 아빠를 경멸하며 아내는 돈 못버는 남편을 무시한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좋은 집 하나 마련해주려는 일념으로 은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그에게 세상은 쉽지 않다.
'달콤한 인생'류의 폼나는 느와르도 좋지만, '생활느와르'라고 감독 스스로 정의한 이 영화도 좋다. 남들과 다른 일을 하지만 밖에선 시달리고 안에선 무시당하는 이 '가장'의 모습은 갈곳 없는 이 나라 중년의 모습을 대표한다. '반칙왕' 부터 빛을 발해온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명불허전.
* 편의점 난투극 후 9시뉴스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깨알같은 '압수물품 4호' 초코파이상자. 커터칼과 초코파이상자를
무기로 사용하는 이 '조직폭력 특별관리대상'의 짠함이여..
김광석은 대체 불가능한 목소리라 생각하지만, '사랑했지만'은 김바다 버전도 김광석 만큼 좋다. 무표정한 얼굴로 담백하고 쓸쓸하게, 그리고 거칠게 불러대는 그의 노래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작곡가인 한동준이 방송에 나와서 말했었던 의도에도 가장 어울리는 창법인 듯..
워낙 연기력으로 호가 나 있는 최민식과 황정민은 말할 것 없고, 불안한 캐스팅으로 보였던 이정재도 본인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인천 부둣가 창고에서 '땀을 흘리는' 장면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그저 '수트발' 만은 아님을 확실히 증명한다. 그리고 전혀 의외의 배우 박성웅의 존재감도 대단하다. 쟁쟁한 배우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그의 위압감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익숙한 플롯(무간도 시리즈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주제의 영화는 많다)에 뻔한 이야기 흐름이지만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의 힘이 영화를 살린다. 다만 과도하게 자세한 잔인한 묘사들이 좀 불편하더라..
아무튼 올해 본 영화 중 개인적 순위는 신세계 ≥ 베를린 >>>7번방.
내가 너무 메마른건가? 적당히 코미디와 (강요된) 신파를 섞어 안전하게 가려고 한, 뻔히 의도가 보이는 내용과 늘어지는 연출에 한숨. 게다가 '큰 예승이'는 왜 나왔는지 생뚱맞기도 하고..
영화를 같이 본 아내는 원래 내가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