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우리 집에 왔던 햄스터, 1년여를 함께 살았는데 지난 토요일 세상을 떠났다.
낮부터 행동이 눈에 띄게 굼떠지더니 결국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더라. 아이들은 눈이 붓도록 울고,
그걸 보고있자니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역시 집안에 동물을 들이는게 아니었는데..
(남은 고슴도치와 또 다른 햄스터도 언젠가 떠날텐데.. 그걸 어찌 보나.)

아무튼 녀석, 잘 가라..

(1년 전 녀석의 쌩쌩하던 모습)

밤에 아파트 단지내 큰 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수목장?) 다음날 교회 다녀와서 아이들에게 묻힌 장소를 알려주었더니 그 위에 해바라기씨와 물을 뿌려 나름대로의 간소한 추모의식을 거행함. 가슴아프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인생에 대해 또 배워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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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영화이야기 2011. 7. 21. 11:59
그간 몇몇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시대착오적인 반공영화 혹은 볼거리만 강조하는 블록버스터, 가족애(인간애)에 대해 지나친 감정이입을 강요하는 신파영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넘어서서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을 통해 파괴되는 인간성을 표현한다. 조금 긴 상영시간과 정형화된 이야기전개는 아쉽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노력 많이한 고증 등의 장점이 충분히 상쇄하고 남는다.

전작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를 통해 보여졌던 감독의 장기는 여전하다.(그러고보니 장훈 감독의 영화는 세편 다 극장에서 봤구나.) 하지만 그와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뒷얘기는 씁슬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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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사는이야기 2011. 7. 14. 23:07
의도치는 않았으나,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삼계탕을 무려 세 번이나 먹음. 지금도 속이 부대끼고 입에서 닭냄새가 날듯 하다. 이렇게 특정한 날(절기)에 특정 음식을 챙겨먹어야 속이 시원한 인간의 행태는 얼마나 미련하고 잔인한 짓인지..(예전에야 어쩌다 귀하게 먹는 보양식이었겠지만, 칼로리가 넘쳐 문제인 지금은 오히려 독이다. 국물은 최대한 피하고 살코기 위주로, 찰밥도 적게 먹는 방향으로 노력했지만 그래도 필요 이상으로 먹는걸 피하진 못한듯ㅡ.ㅡ)

그리고 사실 닭으로 만든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지 않는 것이 백숙/삼계탕류. 맛있는 닭고기를 왜 물에 담궈 그렇게 만드나. 굽거나(훈제) 튀기거나(치킨) 볶아먹는게(닭갈비) 훠얼씬 낫다.

아무튼, 살다보면 먹기 싫은 음식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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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아리랑 -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이런게 진짜 책이다. 흔한 자기개발서나 재테크(이 천박한 조어!) 관련 서물들만 쌓여있다면 그건 책방이라 할 수도 없다.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추천글.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은 식민지〓노예사회로 떨어졌다가, 해방후 나라 세우기 과정에서 민족 최량(最良)의 인재들이 소외를 강요당하고, 끝내는 패퇴하거나 처참한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남북 양쪽의 역사가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는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또다시 한반도는 전쟁이 운위되는 실로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그 결과는 남북 모두의 공멸뿐인데도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탐욕과 어리석음이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견 없이 역사를 배우려는 겸허한 자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투적인 이데올로기적 인식틀을 떨쳐버리고, 뛰어나게 양심적인 인간들이 민족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대목에서 끝내 좌절하고, 역사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경로와 그 의미를 정당하게 음미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인간적인 성숙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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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친 후..

생각들 2011. 7. 4. 21:51
평소 무른 아비지만 - 아이들은 제 어미에겐 택도 없을 것이라 판단해 말도 꺼내지 않으면서 아비랑 있을 땐 곧잘 주전부리, 소소한 장난감, 문구 따위를 조르곤 한다 - 녀석들을 키우며(키운다기 보다는 함께 성장해간다는 말이 더 맞겠지만) 용납할 수 없는 몇가지가 있다. - 물론 성적이 좋지 않다거나 하는 시시한 일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중 가장 큰 일은 동기간에 서로 위하지 않고 미워하고 다투는 일. 제 가장 가까운 혈육을 사랑하지 못하는 아이가 커서 온전히 사람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정색하고 야단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오늘 저녁엔 큰 아이을 울리고 말았다. 마음이 짠하고 후회스럽다. 하지만 녀석들아, 아비, 어미가 가고 나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할 대상은 너희 둘이란다.

* 어제 당한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 아내가 딸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갔다. 잠시 안정하고 빨리 돌아오길. 그리고 지금은 그저 아비가 원망스럽고 서럽겠지만 조금 더 자란 후엔 아비의 마음을 알아주길..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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