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함의 무서움

생각들 2009. 9. 11. 11:39


90년대 초반 국민일보에서 연재했던 기사를 모아 만든 소책자.
엘비스와 비틀즈부터 레드제플린, 오지 오스본, 메탈리카, 머틀리 크루, 헬로윈 등 
록/메탈 음악신의 여러 가수/밴드들을 '사탄적'이라고 했던 이 책자는
당시 록음악의 명료함과 그 소음의 매력에 빠져들던 10대후반의 나에게 '잠시' 혼란을 주었으나
튼튼한 심장을 가진 난 금방 극복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언급된 음악들을 찾아 들어보기도 했으니
일종의 음악 청취 안내서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ㅎㅎ

이 책자에 나타난 그들의 견해조차도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도 존중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에게서는 그런걸 기대하기는 난망(難望)이겠지.

록밴드들의 위악적인 모습보다, 신(神)의 뜻을 오로지하려 하며 정작 신의 뜻을 가로막는
자신들의 소속집단이 더 이 사회에 해롭다는 것을 그들이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무지보다 더 무서운건 편협함이다. 신의 뜻을 빙자하여 그 얼마나 많은 살인과 전쟁이 있었던가.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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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이 어린 아이돌그룹의 멤버 하나가 몇년 전 쓴 글 하나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나오는 그룹들/가수들 구별도 못할 정도로 이제 나이를 먹어버렸지만, 그리고 그런 그룹이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그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사태는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정작 분노해야 할 대상에는 분노하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둬도 될 대상에는 분노하는가.
재벌의 기업사유화와 세습, 권력자의 국가사유화, 종교지도자의 반종교적 행태,
그리고 입만 열면 애국을 떠벌리면서도 정작 제 자식들은 군대도 안보내는 인간들.
분노해야 할 대상들이 수두룩한데 그것에는 둔감해진 채 무슨무슨 연예인이 음주운전, 말실수 등 문제를 일으키면
그건 제 영역을 침범당한 맹수처럼 단호하게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

연예인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그저 공적 영역에서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직업인일 뿐. 잘못한 일이 있으면
딱 그만큼의 댓가를 치르면 된다. 그런 댓가마저 제대로 치르지 않고 대대로 호의호식하는 화상들이 얼마나 많은데..

* 나도 '대한민국'을 별로 안좋아한다. 뭐 맘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어서..
  그런 정도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거 아닌가?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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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저 나뭇잎처럼, 떨어질 때가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선가 말라버려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한가닥 가는 거미줄에 걸려 땅에 뒹굴게 되는 처지는 면하기도 한다.
남보다 미리 떨어진다고 슬퍼할 것도, 그러다 거미줄에 걸렸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
어차피 모든 나뭇잎은 각자의 때가 되면 떨어져 땅 위를 뒹굴다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



* 오늘 오후 창경궁을 거닐다 찍은 사진. 내 기억 속에 창경궁 보다는 '창경원'이 더 깊이 박혀있는 것을 보면
  나 역시 식민지배의 찌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대인가보다. 하긴 한 번도 왕의 목을 베지 못한 나라, 그리고
  친일파를 처단하지 못한 채 세워진 이 나라에서 태어난 건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니..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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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공(墨攻)

冊 이야기 2009. 9. 4. 16:46
묵자(墨子)의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나간 영화인 묵공, 그리고 그 원작 만화에까지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절판된 원작만화[총 11권, 모리 히데키(森秀樹) 원작]를 어렵게 구해 읽게 되었다.
이로써 거실 서가에 꽂혀 있는 붓다(일본만화의 거장 데스카 오사무-철완 아톰의 창작자-의 책, 총 8권)와 더불어
두 작품의 만화를 소장. 둘 다 일본작가의 작품이다.

만화는 작품 자체로서도 재미있다. 그리고 예수보다 앞서 나타난 사상가이자 활동가,
예수의 사상에 체 게바라의 실천력까지 갖춘 묵가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혁리(革離)의 이상향이 '倭'였다는 뜬금없는 결말은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 아마도 한국어판 출판사의 오기였겠지만, 묵자의 겸애(兼愛) 사상을 자꾸만 경애라고 해서 거슬렸다.
* 이 시대에 묵가사상가들이 살아 온다면 그들은 그저 반전구호를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군이 부당히 침공한 이라크에, 아프가니스탄에 무기를 들고 직접 도우러 갔을 것이다.
  점점 행동이 사라지는 시대, 그저 두뇌속에서 시뮬레이션만 하게 되는 내 모습이 슬프다.

그리고 영화 묵공, 작은 키에 빡빡머리 혁리를 샤프한 유덕화가 연기한다는데 제작단계에서부터
우려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던 것 같다. 오히려 만화 전반부의 또 다른 주인공
항엄중(안성기)이 영화에서는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진 것이 더 아쉬웠고.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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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사는이야기 2009. 8. 30. 23:07
놀토가 아닌 토요일 아침.
아이들이 학교가고 난 후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내를 위한 감자전.

1) 강판에 감자를 간다.(이때 손 다치지 않도록 주의)
2) 적당량의 부침가루와 물을 넣고, 소금을 약간 넣은 후 잘 저어준다.
3) 먹음직스럽게 부친다.

아주 간단히, 짧은 시간에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
이렇게 함께하는 일상에 행복이 있는거 아닐까..
Posted by 안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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